낯선 땅에서의 일상,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오늘을 지키는 배움터에서
이주민시민연대 사회적협동조합은 16개국에서 온 약 200여 명의 이주배경청소년들이 매일 출석하여 교육과 돌봄을 제공받는 공동체 기반 기관입니다.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공교육 체계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다시 사회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이주노동자로서 불규칙한 근무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고 자녀를 돌볼 여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기관은 이 아이들이 언어적·문화적 배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이중언어, 상호문화, 한국사회 상식 등 전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우리를 응원하는 어른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단 하루의 만남일지라도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따뜻한 경험을 선물하고자 기아 임직원 봉사자들이 직접 찾아갔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 하나된 노래
기아 임직원 봉사자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개의 교실안의 아동들과 한국 동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배운 동요는 ‘문어의 꿈’. 익숙한 듯 낯선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어의 억양과 감정을 몸으로 익혀갔습니다.
단순히 가사를 읽고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닌 손동작과 표정, 박수까지 더해진 활동형 수업은 교실을 금세 생기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아이들도 있었지만 틀릴까봐 주저하기보다는 몸을 먼저 움직이며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손가락으로 문어 다리를 표현하고, ‘꿈’이라는 단어를 귀에 대며 상상하는 동작 하나하나에 아이들의 호기심과 집중이 묻어났습니다. 봉사자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눈을 마주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 아이는 중간에 “선생님, 가사가 너무 웃겨요!”라며 활짝 웃었고, 또 다른 친구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옆 친구에게 가사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교실은 점점 더 따뜻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조용하던 분위기가 어느새 박수 소리, 웃음소리, 노랫소리로 가득 찼고 아이들의 얼굴에는 긴장 대신 환대와 신뢰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짧은 노래 한 곡은 단지 언어 수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아이들과 봉사자 모두가 마음을 여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문화가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그날 교실 안에서는 ‘즐거움’이라는 감정 하나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음악은 국적도, 언어도, 생활 환경도 넘어서 아이들의 마음을 두드렸고 봉사자들의 진심은 멜로디를 타고 고스란히 아이들의 표정에 스며들었습니다.
짧지만 깊었던 이 수업은 아이들의 기억 속에 ‘한국어를 배운 날’이 아닌,
‘함께 노래하며 따뜻함을 나눈 날’로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식판 위에 담긴 다정한 마음
동요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은 하나둘 식판을 들고 식사 공간으로 모여들었습니다.
200여 명에 이르는 이주배경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답게 식사시간은 분주하고 에너지가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식사 준비와 함께 자연스럽게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움직였습니다. 누군가는 배식대를 지켰고, 누군가는 아이들을 자리로 안내했으며, 식사 후에는 조용히 설거지를 담당하며 공간을 정돈했습니다.
아이들의 줄은 끊이지 않았지만, 봉사자들의 손은 지치지 않았습니다.
30분 가까이 계속 이어진 배식 동안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같은 마음과 표정으로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을 건네며 식판 위에 다양한 반찬을 정성스럽게 담아냈습니다.
특히 이날은 기아 임직원분이 직접 준비해 온 간식도 함께 나누어졌습니다.
초콜렛 과자와 젤리는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었고 덕분에 식사시간은 더욱 풍성하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아이들은 작은 과자를 받아들고 “이 과자는 처음 먹어봐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었고 봉사자들도 그 미소에 피로를 잊은 듯 다시 손을 부지런히 놀렸습니다.
수저 소리와 웃음이 어우러지는 식사 시간이 끝난 후에도 봉사자들의 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설거지, 테이블 닦기, 바닥 정리까지 아이들의 하루가 쾌적하고 정돈된 공간에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날의 식사는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고, 아이들의 기억 속에 ‘함께했던 어른들’로 남을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음식보다 더 따뜻했던 건 바로 그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을 잇는 작은 발걸음, 희망을 키우는 큰 울림
이번 기아 무브온(溫) 봉사활동은 단순한 하루의 만남을 넘어 서로 다른 배경과 언어를 가진 아이들과 봉사자들이 마음으로 연결되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노래하고, 배식을 하며, 공간을 정리하는 모든 순간들이 아이들의 삶에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다름’이 아닌 ‘같음’을, ‘낯섦’이 아닌 ‘따뜻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봉사자들은 아이들의 그 밝은 미래를 믿고 지속적으로 손길을 내밀겠다는 다짐을 새겼습니다.
앞으로도 이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을 믿으며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온전한 배움과 돌봄 속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모든 아이들의 미래에 따뜻한 햇살이 비추길,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 길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